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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검투사의 서사시, 스파르타쿠스
스파르타쿠스는 미국의 케이블 방송사 Starz에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방영한 드라마입니다. 로마 공화정 시기 실존 인물인 노예 검투사 스파르타쿠스와 그의 동지들의 반란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IMDB와 로튼 토마토 둘 다 영상 컨텐츠 커뮤니티이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IMDB는 이용자 평점을 전부 다 집계해서 보여주는 반면, 로튼 토마토는 비평가 평점을 우선해서 보여줍니다. 평단과 일반 이용자 사이에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온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파르타쿠스 정주행을 위한 가이드 포인트
스파르타쿠스는 한 번쯤의 정주행은 추천해드릴 만한 미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래에 설명하는 여러 가지 쟁점적인 포인트를 읽어보고 정주행을 할지 말지 결정하셔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시간은 아까우니까요!
- 아주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미드입니다.
종영한 지 1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성인을 위한 미드를 추천해달라는 물음이 있다면 백이면 백 스파르타쿠스를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스파르타쿠스는 19금 미드의 대명사입니다. 공화정 로마의 향락적인 풍속을 아주 아주 수위 높게 표현했습니다. 인물들 의상부터 옷인지 속옷인지 분간이 힘들 정도로 노출이 많고, 성기와 음모도 여과 없이 노출되며 잊을만하면 베드신이 나옵니다. 거기다 남녀 구분할 것 없이 용모가 매우 뛰어나고 몸매가 비현실적으로 좋은 육체파 배우들을 많이 기용했기 때문에 눈이 즐거워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폭력성 또한 매우 강합니다. 목숨이 오가는 투기장과 전장을 비롯한 당시의 생생한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한 번 부딪혔다 하면 언제 어디서든 유혈이 낭자합니다. 목이 날아가거나 무기가 몸을 꿰뚫고, 내장을 쏟고 두개골이 빠개지는 잔인한 장면들을 가감 없이, 자주 보여줍니다. 호쾌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인지 과장된 액션이 많습니다.
다른 나라, 다른 제작 환경에서는 이런 강한 성적, 폭력적 연출이 드물기도 하고, 표현이 자유로운 미국에서 제작된 컨텐츠 중에서도 스파르타쿠스는 굉장히 수위 높은 선정성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얼마나 수위가 높다는 건지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단 혼자 보고 즐기시는 걸 강력히 권고할 만큼 엄청나게 강합니다. 수년 전 선정적인 미드로 유명한 왕좌의 게임보다도 베드신과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는 빈도가 훨씬 높습니다.
- 주연배우 교체가 있습니다.
시즌제 드라마가 많은 미국에서는 주연 배우나 주역의 교체가 종종 있는 편입니다. 스파르타쿠스는 주연 배우의 교체가 한 번 있었는데요,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주역 스파르타쿠스를 연기한 배우 앤디 휫필드Andy Whitfield가 비 호지킨 림프종 4기를 진단받고 즉각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방송사 Starz는 시즌 2의 제작을 미루고 대신 시즌 1 이전의 이야기를 담은 '투기장의 신들'을 6부작 분량으로 제작, 방영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앤디 휫필드는 스파르타쿠스의 이야기를 끝맺지 못하고 결국 2011년 9월 11일 사망합니다. 시즌 2부터는 배우 리암 매킨타이어Liam McIntyre가 스파르타쿠스 역을 연기합니다.
시즌 1을 보며 앤디 휫필드의 스파르타쿠스에게 감정적으로 몰입했던 시청자들이 종종 프리퀄 이후 바뀐 리암 매킨타이어의 스파르타쿠스에게는 정을 잘 붙이지 못했다는 평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우가 다르고 이야기 또한 달라지는 만큼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앤디 휫필드의 스파르타쿠스에게서 모진 환경 속에서 거칠고 반항적인 사나이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각성해나가는 인간을 발견할 수 있다면, 리암 매킨타이어의 스파르타쿠스에게서는 이후 유럽에서 칭송하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영웅이 된 인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이야기 구성이 선형적이고 캐릭터상이 고전적입니다.
실화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인 만큼, 이야기의 진행과 결말이 이미 다 나와있습니다. 소위 떡밥이라고 부르는 서사 상의 터닝 포인트를 위한 장치가 매우 적고, 좀 못되게 말하면 뻔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별 다른 돌발 전개가 거의 없습니다. '주인공이 어떤 계기를 통해 다른 환경에 떨어져 자신의 목적을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투쟁한다'는 전형적인 모험 이야기입니다. 스파르타쿠스를 비롯한 검투사 동지 및 노예 vs 로마 귀족을 비롯한 시민과 로마 체제 그 자체의 대립관계도 아주 단단하고 전형적입니다. 인물의 내적인 변화도 몇몇 인물을 보면 상당히 고전적이고 정형적이어서 복잡한 심리 묘사를 보여주는 캐릭터가 별로 없고 한 번 관계나 성격을 보여준 캐릭터들은 대부분 그 설정을 퇴장할 때까지 유지하는 편입니다. 갈등의 묘사가 세밀하지 않고 대화문이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많은 미드가 보여주는 '배배 꼬인 전개' '너무 말 많은 캐릭터' '무슨 생각인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캐릭터'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스파르타쿠스는 이야기가 풍부하지 않다고 느끼실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장면에 완곡하게 감춰진 숨은 의미 같은 것을 찾아가며 이해해야 할 필요가 거의 없고, 인물들 간의 대화도 아주 직설적인 편입니다. 이야기 전체에 걸친 주제나 인물의 여정 또한 알기 쉬운 편입니다. 이를 바꿔 말하자면, 많은 생각을 해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미드보다 훨씬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바로 스파르타쿠스입니다.
스파르타쿠스 정주행을 결정한 분들을 위한 도움글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파르타쿠스는 3개의 정식 시리즈와 1개의 프리퀄 시리즈 총 4개의 시즌이 제작 및 완결되었으며, 각 에피소드는 50분~55분의 러닝타임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시청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시즌 1 피와 모래 Spartcus Blood and Sand (2010) 13화 약 11시간
트라키아 지방의 유목민족의 일원이던 스파르타쿠스는 함께 싸우던 로마군과 관계가 틀어져 아내가 노예로 팔려가고 본인은 투기장에서 4명의 검투사와 싸우게 되어 사실상의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극적으로 살아남아 검투사를 조련하던 바티아투스의 눈에 들어 검투 훈련소에 팔려가게 되며 노예 검투사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 프리퀄 시즌 갓 오브 아레나 Gods of the Arena (2011) 6화 약 5시간
스파르타쿠스가 바티아투스의 검투 훈련소에 오기 이전의 이야기. 도시 카푸아의 새 투기장이 세워지고, 기존의 유명 검투사 가니쿠스와 한때 잘 나갔지만 부상으로 재기를 꿈꾸는 오이노마우스, 그리고 새로이 검투사의 길로 들어선 크릭수스, 이들의 영광을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 시즌 2 복수의 시작 Vengeance (2012) 10화 약 9시간
바티아투스의 검투사 훈련소에서 핏물 가득한 반란을 일으킨 스파르타쿠스와 검투사들. 이들을 해치우기 위해 스파르타쿠스와 이전부터 원한관계에 있었던 법무관Praetor 글라버가 군대를 동원한다. 스파르타쿠스의 일행과 그의 뜻에 동조하는 노예들이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 시즌 3 최후의 전쟁 War of the Damned (2013) 10화 약 9시간
수 만에 달하는 규모로 커진 스파르타쿠스와 그의 뜻에 따르는 무리.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이 노예들의 반란을 끝내기 위해 로마에서는 대부호 크라수스를 대규모 군단의 사령관으로 임명해 스파르타쿠스와 반란 분자들을 진압할 것을 명하고, 최후의 전투가 시시각각 그들의 코 앞으로 다가온다.
눈여겨볼 등장인물
- 크릭수스
시리즈에 걸쳐서 가장 큰 내적인 성장과 인물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더군다나 시즌 1에서 스파르타쿠스를 연기하던 배우 앤디 휫필드가 사망하고 배우가 교체되면서 이후 시청자들이 원년 캐릭터들 중에서 더 정을 붙이게 된 캐릭터라고 하네요. 배우 마누 베넷Manu Bennett이 연기했으며, 몸이 어마어마하게 좋고 목소리도 남성미가 풀풀 넘쳐납니다. 첫 등장 당시에는 주인공에게 밀려나고 바뀐 위상에 상처 받고 번민하는 캐릭터로 나오는데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정신적으로 가장 큰 성장을 보여주고 스파르타쿠스의 가장 믿음직스러운 동반자가 됩니다.
- 크라수스, 카이사르
드라마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 중에서 스파르타쿠스를 제외하고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들입니다. 로마 공화정 말기 삼두정치라는 과두적 정치 관계를 맺었던 유력 정치인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입니다. 시리즈 가장 막바지에는 삼두정치의 나머지 1인인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 또한 등장합니다. 이들은 스파르타쿠스만큼이나 여러 매체에서 등장헀는데요, 다른 매체에서와 묘사에서 아주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다른 컨텐츠에서는 실제로 나머지 인물을 제거하고 사실상 로마의 일인자가 되는 카이사르를 교활하고 야망이 하늘을 찌르며, 천재적인 정치, 군사적 재능의 소유자로 표현하지만, 스파르타쿠스에서는 영리하지만 방탕하고 어디로 튈지도 모르며 능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로 묘사했습니다. 다른 매체에서 삼두정치 3인방 중 가장 존재감이 옅고 비중이 작던 크라수스는 스파르타쿠스에서는 그야말로 노련하고 주도면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정치가이자 부호이며 스파르타쿠스 최대의 역경을 안겨주는 적대자로 그려집니다.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이모저모
드라마 스파르타쿠스는 실제 역사에서 많은 각색이 이루어진 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기록이 많이 없기 때문인데요, 행정력이 그 시대 치고 굉장히 뛰어나기로 유명한 로마에서 기록이 적었다는 것을 봤을 때 노예 검투사에게 이리저리 휘둘리고 큰 군대를 동원하고 나서야 겨우 진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부끄러웠던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공화정 시기 노예 '전쟁'이라고 부를 만큼 큰 규모의 노예 반란은 총 3번이 있었고, 그중 스파르타쿠스t의 반란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노예 반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로마군에서도 스파르타쿠스를 보고 '황제처럼 싸우다 죽었다'라고 아주 높게 평가했다고 합니다.
스파르타쿠스는 후대에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특히 노예 신분으로 로마 체제를 깨부수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그 행보를 두고 근대의 많은 자유사상가와 현대의 공산주의권에서 많은 칭송을 받았습니다. 고향도 현 불가리아로 추정되는 트라키아 출신이었기 때문에 스파르타쿠스는 발칸반도를 비롯한 동유럽 공산권 국가에서 인기가 아주 높았습니다. 혁명 단체, 축구팀, 육상 경기 대회에서도 그의 이름을 많이 땄다고 합니다. 일찌감치 신분과 계급의 한계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한 그의 영웅적인 행보가 후세에 길이 남는 것은 자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스파르타쿠스를 다룬 컨텐츠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1960년 스파르타쿠스 영화의 이 씬일 것입니다. 노예들 중에서 스파르타쿠스를 색출하기 위해 로마군이 스파르타쿠스를 찾자 일제히 '내가 스파르타쿠스다!'라고 외치며 그를 감싸주는 장면인데요, 이는 실제로 있었던 일은 아니고 스탠리 큐브릭이 극적인 장면을 위해 만들어낸 허구라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관용어로 사용될 정도로 너무나도 유명한 이 장면과 대사가 스파르타쿠스 드라마에도 약간 바뀌어서 나오니 한 번 찾아보시는 게 어떨까요?
스파르타쿠스는 재정주행하기 좋은 드라마일까?
사실 스파르타쿠스는 역사 미드로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꽤나 많습니다만, 선정성이라는 측면에서 스파르타쿠스만한 성인 드라마는 미국에서도 자주 나오지 않습니다. 또한 이야기를 너무 복잡하게 꼬아놓지 않았고 선형적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재정주행하기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스파르타쿠스는 2022년 12월 현재 왓챠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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