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미드의 클래식, 배틀스타 갤럭티카 Battlestar Galact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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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종족 사일런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극소수의 인류 우주 선단, 이들의 미래는?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SF 전문 채널 Syfy와 영국 TV 채널 스카이1에서 파일럿 미니시리즈 하나와 4개의 시즌으로 방영된 SF 드라마 시리즈입니다. 12개의 행성 콜로니에서 살아가던 인류는 기계 종족 사일런을 창조했고, 이들은 반란을 일으켜 인류를 멸망시키고 살아남은 극소수의 인류는 퇴역 직전의 갤럭티카급 전함 한 대와 우주선 수십 대에 탑승해 피난처를 찾아 정처 없이 깊은 우주로 도망칩니다.
보시다시피 평가가 매우 좋습니다. 방영된지 오래된 시리즈라 평이 후한 점도 있지만, IMDB 8.7점, 로튼 토마토 평점 95%는 압도적인 호평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울러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미국 작가 조합이 선정한 꼭 봐야 할 101개의 TV 드라마에도 선정되고, 몇몇 에피소드는 SF 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휴고상의 최우수 드라마틱 프레젠테이션 부문을 수상한 바가 있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고 평가를 받습니다.
배틀스타 갤럭티카 정주행을 위한 가이드 포인트
- 명작 SF 미드
SF 미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은 볼만한 드라마입니다. 방영 초기에는 제작진 측에서도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 것 같다'며 긴가민가하며 제작에 들어갔지만, 막상 파일럿 시리즈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며 4개의 시즌까지 에피소드 감축 없이, 스토리 보강을 위한 텔레비전 영화까지 두 세편을 더 제작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비록 스타트렉과 스타워즈 시리즈에는 비할 바가 되지 못하지만 배틀스타 갤럭티카만의 특유의 처절한 인류 생존기에서 매력을 느낀 시청자들이 많아 방영이 끝난 지 13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높은 충섬심을 유지하는 팬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시리즈입니다.
- 인류 마지막 집단의 우주 '생존' 정치 SF 드라마
사실 이 부분이 배틀스타 갤럭티카 시청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완벽한 과학적 사실을 묘사한 SF 드라마도 아니고, 장엄한 우주나 미래의 풍광을 시각적으로 구현화한 스페이스 오페라 같은 드라마는 아닙니다. 수만 명 남짓한 인류 생존자들이 박물관행 직전 퇴물 전함 한대와 우주선 몇 대에 타고 인류를 멸망시킨 적을 피해 우주 저 멀리로 도망치며 정부를 다시 세우고 사회를 어떻게든 야만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문명적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집단 생존 정치' 드라마라고 생각하시면 훨씬 더 이 드라마를 볼 때 시청 포인트를 빨리 잡으실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SF 밀리터리물처럼 보여서 군대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내부의 간첩을 색출하기 위해 마녀재판도 일으키지만, 각 인류 집단의 사회적인 차별,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쟁의, 종교적 신념으로 인한 특정 행위 거부, 붕괴된 시장으로 활성화된 암시장의 정상화, 전범 재판, 등 현대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회문화적인 문제들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아울러 SF 드라마이지만 그리스-로마 신화의 배경을 차용해 종교, 신화적인 아우라를 이야기에 한 겹 더 둘렀는데요, 스토리 내적으로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설정이 자주 나오며(주인공격 인물의 콜사인이 태양의 신 아폴로, 종교가 그리스 신화 다신교인 점 등) 스토리 바깥에서 바라보면 별도 제대로 달지 못하고 박물관행 직전의 갤럭티카를 이끄는 함장 아다마, 암이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대통령 승계 최하위의 교육부 장관 로슬린, 자기 파괴적인 최고의 실력을 갖춘 조종사 카라 트레이스, 천재적인 지성을 갖고 있지만 극히 이기적이고 비겁하며 인류가 겪는 문제들마다 직간접적인 책임에 시달리는 가이우스 발타, 아버지와 형의 그늘 속에서 내내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리 아다마 등의 불완전하고 고난을 겪는 인물들이 절체절명의 인류 멸종이라는 위기 앞에서 문제들을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며 인류 모두를 구원의 길로 이끌어나가는 집단적 영웅 신화와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 사일런
사일런의 기원은 일단 터미네이터처럼 인간이 만든 기계들이 인공지능을 갖게 된 이후 종족 '사일런'으로 독립을 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 기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스핀오프 시리즈 '카프리카'에서 자세히 알 수 있지만 굳이 보지 않으셔도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즐기는 데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배틀스타 갤럭티카에서 볼 수 있는 사일런은 크게 센추리온(위 사진 우측에서 두 번째), 우주 및 공중 전투기형 사일런 레이더, 그리고 인간형 사일런(위 사진 우측에서 첫 번째) 이 세 가지가 있는데요, 그 이상의 설명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보시며 알아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다소 부실한 과학적 배경 설정과 힘이 부치는 뒷심
철저히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한 장면을 드라마에서 보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꽤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나온 지 10년도 더 된 드라마이긴 하지만 과학적 사실과는 다른 면이 많습니다. 이야기 대부분이 우주에서 이루어지는데 우주선 모두가 중력이 지구에서 처럼 멀쩡히 작용한다거나, 우주 갑판에서 일개 정비사들이 최신예 우주 함정을 뚝딱 만들어내는 장면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시즌 4에서부터 진행되는 이야기가 굉장히 호불호를 탑니다. 당시 전미 작가 파업의 사태도 있었지만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떡밥을 회수하고 설정을 보강,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데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장면이 많습니다. 시즌 4에서 배틀스타 갤럭티카 시리즈의 비밀처럼 여겨졌던 많은 사실들이 공개가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던 기억이 있네요.
배틀스타 갤럭티카 정주행을 결정한 분들을 위한 도움글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파일럿 미니시리즈와 시즌 4개로 제작 및 완결되었으며, 각 에피소드는 약 40분의 러닝타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TV 영화도 몇 편 제작되었습니다. 컨텐츠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배틀스타 갤럭티카 미니 시리즈(파일럿) 2화 각 1시간 30분(3시간)
인간은 기계 종족 사일런을 창조했고, 수십 년 전 사일런은 반란을 일으켜 참혹한 전쟁을 일으켰다. 모종의 이유로 휴전협정을 맺고 사일런은 우주 저편으로 사라진 듯했지만, 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무력과 함께 다시 나타나 인류를 멸했다. 살아남은 극소수의 인류는 퇴역 직전의 갤럭티카급 전함 한대와 우주선 몇 대로 사일런을 피해 깊은 우주로 도망을 치는데...
- 배틀스타 갤럭티카 시즌 1 13화 약 8.5시간
사일런의 대규모 공격에서 살아남은 인류는 겨우 수만 명. 사일런은 이들의 뒤를 계속 쫓고, 붕괴된 시스템과 내부의 혼란과도 맞서야 하는 인류는 아다마 함장이 깜짝 공개한 '지구'라는 잃어버린 인류의 보금자리를 향해 끊임없이 우주를 항해한다.
- 배틀스타 갤럭티카 시즌 2 20화 약 13.5시간
사일런의 공격과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혼란으로 점점 지쳐만가는 인류. 급기야 군대와 민간이 갈라서고, 서로 사일런의 간첩인지 의심하며 형제와 자매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게 되는 등 생존자들의 감정의 골은 극에 치닫고야 마는데...
- 배틀스타 갤럭티카 시즌 3 20화 약 13.5시간
지친 인류는 인간이 생존 가능한 어느 행성에 정착하게 된다. 그러나 이 행성은 척박하기 그지없었고, 급기야 대규모 사일런 함대가 들이닥쳐 이들은 사일런의 식민통치를 받게 된다. 사일런들이 들이닥칠 때 급히 도망친 갤럭티카 전함은 사일런의 지배를 받는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데...
- 배틀스타 갤럭티카 시즌 4 21화 약 14.5시간
이제는 인간과 사일런 양쪽 모두의 목표가 된 지구 찾기. 사일런들은 오랜 인류 사냥을 통해 갈라서게 되고, 인류 생존자들 사이에서도 긴 우주 피난 생활 속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과연 이들은 최후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외에도 텔레비전 영화 Razor, The Plan과 웨비소드 몇 편 등이 더 있어 보시면 극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지만 굳이 보지 않아도 정주행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이모저모
사실 본 포스트에서 소개한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1980년도에 방영한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리부트작입니다. 이 1980년 작은 속칭 배틀스타 갤럭티카 TOS(The Original Series)라고 불리는데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스타워즈 붐에 편승해 제작된 SF 드라마였지만 스타워즈의 배급사인 폭스의 소송과 제작비, 시청률 등 각종 이유로 1개 시즌만 제작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2004년작이 훨씬 인기가 많아 배틀스타 갤럭티카라고 하면 보통 2004년작을 가리킵니다. 이 TOS와 2004년작 사이에는 여러 유사점이 있는데요, TOS에 등장한 배우가 다른 배역으로 2004년작에 등장을 한다든가, 기계종족 사일런에게 인류가 공격당해 우주라는 망망대해를 유랑하는 것 등의 기본적인 이야기 뼈대는 비슷합니다.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비록 미국의 SF 양대산맥 스타워즈 시리즈와 스타트렉 시리즈에 비하면야 인기가 덜하지만, 암울한 상황 속의 인류가 우주를 헤쳐나가며 맞닥뜨리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꼬집은 SF '정치' 드라마라는 그 독자적인 위치로 방영이 끝난 지 10년이 넘은 지금도 나름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몇 년 전 미국이 우주군 창설 당시 공개한 우주군의 정복인데요, 자막에는 스타트렉이라고 나왔지만 동시에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정복과도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이 드라마의 영향력이 미국에서 여전하다는 점을 여실히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 시리즈는 SF 팬들에게 정말로 인기가 많아서 현재까지 수많은 파생 컨텐츠가 나왔습니다. 게임으로는 배틀스타 갤럭티카 온라인이 2019년까지 서비스를 했고, 2017년 출시된 배틀스타 갤럭티카 데드락이라는 전략 게임이 아직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 10월 무려 시리즈가 종료한 지 13년이 지난 시점에서 4X 우주 전략 게임 이터니티를 출시한다고 발표했으니, 배틀스타 갤럭티카라는 IP의 저력을 엿볼 수가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주제로 한 보드게임이 2008년 출시가 되었는데요, 여러 개의 후속 확장판을 발매하면서도 영미권 유명 보드게임 사이트 보드게임 긱BoardgameGeek에서 전체 보드게임 랭킹 50위권 안에 항상 드는 등 빼어난 게임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배틀스타 갤럭티카에는 여러 캐릭터가 나오지만 가장 인기를 많이 끌었던 캐릭터는 단연 바이퍼 조종사, 콜사인 스타벅Starbuck, 카라 트레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립적이고 거칠고 반항적인 성격이지만 최고의 조종실력을 자랑하는 카라 트레이스는 방영 당시부터 지금까지 대다수 배틀스타 갤럭티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카라 트레이스의 스토리 아크는 이후 미국 SF 컨텐츠 속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카라를 연기한 케이티 색코프는 넷플릭스의 어나더 라이프의 주인공과 디즈니의 더 만달로리안의 보-카탄 크리즈의 성우와 실사판 배우 역할 등 SF 드라마와 영화에 자주 기용되는 인기 배우가 됩니다.
※스포일러
인간형 사일런 중 하나인 No.6을 연기한 트리샤 헬퍼 또한 배틀스타 갤럭티카 출연 이후 일약 스타가 되어 드라마와 영화 곳곳에 나오는데요, 육감적인 외모를 자랑하는 발타 박사의 연인으로 등장했습니다.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그리워하고 아직도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지, 2004년작도 리부트인데 또 리부트 시리즈를 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2019년 처음 이야기가 나왔고 2022년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완화된 지금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방영을 한다면 미국 컴캐스트의 자회사 NBC유니버셜의 OTT 플랫폼 피콕Peacock에서 한다고 하네요. 아직 방영일자는 물론이고 제작 일정, 캐스팅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즐기셨던 분이라면 충분히 촉각을 세우고 관심 가질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재정주행하기 좋은 드라마일까?
파일럿 미니 시리즈와 4개의 시즌에, TV 영화와 스핀오프까지 다 본다면 배틀스타 갤럭티카 시리즈는 분명 만만치 않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드라마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미드 중에서도 이 정도 양질의 SF 드라마는 굉장히 드문 편이고, 더군다나 정치, 사회, 문화까지 폭넓게 다룬 SF 드라마는 더더욱 드뭅니다. 만약 초반부의 몇 편을 보시고 마음에 드셨다면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재정주행할 가치가 충분한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